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제 예민함을 고쳐야 할 결함이라고 여겼습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옆 자리 동료가 혼나는 모습에 제가 더 가슴이 쿵 내려앉는 날들이 이어졌으니까요. 그런데 니시와키 슌지의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을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예민함은 통제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방향을 잘못 잡고 있던 에너지였다는 것을.HSP라는 개념이 제 오랜 의문에 답을 줬습니다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는 전체 인구의 약 20%, 즉 5명 중 1명은 선천적으로 섬세한 기질을 타고난다고 주장합니다(출처: The Highly Sensitive Person). 이 기질을 가진 사람을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고 부르는데, ..
사랑하는 사람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툭 튀어나와 잠을 설친 밤이 있었습니다. 제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게 된 건 딱 그런 시기였습니다. 죽은 사람을 단 한 번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이 판타지처럼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간절히 그런 기차가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타임리프 기차역, 판타지인가 위로인가이 소설의 배경은 실제 지명인 가마쿠라와 니시유이가하마 역 일대입니다. 열차 탈선 사고로 127명 중 68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를 축으로, 사고 두 달 뒤부터 심야에 유령 열차가 선로를 달린다는 소문이 퍼집니다. 소문의 핵심은 이렇습니다. 니시유이가하마 역 승강장에 유효(幽效)라는 유령이 나타나고, 그에게 부탁하면 사고 당일 그 열차에 오를 수 있다는 것.여기서 ..
전작을 읽고 나서 뭔가 달라질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정말 그랬습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관계 앞에 서면 여전히 예전의 저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베르벨 바르데츠키의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2》는 바로 그 지점, 왜 우리는 알면서도 같은 상처를 반복하는지를 파고드는 책입니다.자기회의가 상처를 반복시키는 구조저도 처음엔 상처는 타인이 주는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34년간 심리장애와 중독증 환자를 치료해 온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상처를 주는 사람은 타인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책에서 핵심 개념으로 다루는 것이 바로 자기회의(Self-doubt)입니다. 자기회의란 스스로의 가치와 능력을 끊임없이 ..
사소한 말 한마디에 며칠씩 마음이 쓰이고, 자꾸만 '내가 뭘 잘못했나' 되짚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베르벨 바르데츠키의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는 그 시절 저한테 꽤 직접적인 처방이 됐던 책입니다. 32년간 심리치유 현장에서 쌓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상처를 피하는 법이 아닌 상처에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을 어떻게 세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상처는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지는 내가 선택한다퇴근길에 팀장한테 면박을 당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무 잘못도 없는 가족에게 버럭 화를 냈던 경험이 저도 있습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게 억눌린 감정의 전이(轉移) 때문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전이란 해소하지 못한 감정이 엉뚱한 대상에게 터져 나오는..
직원에게 휴가 일수를 정해주지 않거나, 연봉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면 조직이 무너질까요? 데이비드 버커스의 《경영의 이동》은 그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제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솔직히 "이게 실제로 되는 얘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경영 관행들이 얼마나 낡은 전제 위에 서 있는지 서늘하게 느껴졌습니다.혁신 경영: 13가지 관행을 없애라《경영의 이동》의 핵심 논지는 단순합니다. 지금 조직을 망가뜨리는 건 무능한 직원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경영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저자 데이비드 버커스는 여기서 테일러리즘(Taylorism)을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합니다. 테일러리즘이란 19세기 말 프레더릭 테일러가 고안한 과학적 관리법으로, 인간을 표준화된 절차 안에 ..
기획서를 써야 하는데 화면만 하얗게 빛나고 있던 경험, 저도 숱하게 겪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아이디어가 맴도는데 막상 문서로 옮기면 논리가 무너지고, 결국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피드백을 받던 그 쓴맛. 박신영 작가의 《기획의 정석》은 2013년 초판 이후 지금까지 20만 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입니다. 2022년 세종서적에서 재발행될 만큼 꾸준히 읽히는 이 책이 왜 직장인 필독서 자리를 놓치지 않는지, 제가 직접 써보면서 느낀 시각으로 따져봤습니다.기획이 막막했던 이유 — 상대방을 빠뜨리고 있었다기획서를 잘 쓰고 싶다는 분들 대부분이 "어떻게 예쁘게 정리하느냐"에 집중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폰트 정렬, 슬라이드 배치를 고민하면서 막상 "이걸 읽는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는 생각하지 못했습..
"열심히 해봐야 뭐가 달라지겠어."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방패 삼아 스스로에게 이 말을 반복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손에 쥔 《일본전산 이야기》는 그 핑계를 단숨에 무너뜨렸습니다. 세 평짜리 시골 창고에서 출발해 50년도 안 돼 매출 16조 원, 직원 13만 명의 세계적 기업이 된 일본전산의 이야기는 대단한 기술이 아닌 '될 때까지 한다'는 집요한 실행력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불가능한 주문을 받아 든 회사의 실행력일반적으로 불황기에 살아남는 기업은 '원가 절감'과 '리스크 회피'에 집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본전산의 초창기 사례를 읽으면서 느낀 건 정반대였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남들이 고개를 젓는 가장 까다로운 주문에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대기업 개발 부서 담당자가 반쯤 ..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제 단점 목록을 관리하며 살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 언젠가 '완성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었는데,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갤럽이 수십 년간 수백만 명을 인터뷰해 도출한 34가지 강점 테마는, 제가 감추려 했던 성향들이 사실은 경쟁력의 원천이었다는 걸 데이터로 보여줬습니다.단점 보완의 함정 — 왜 저는 늘 지쳐 있었나학창 시절부터 직장 생활까지,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라"였습니다. 수학이 약하면 수학을 더 파고, 발표가 어색하면 억지로 발표 기회를 늘렸습니다. 그렇게 10년쯤 지나고 나니 무엇 하나 뛰어난 게 없는, 그저 평균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결핍 중심 사고(D..
죽음을 5년 앞둔 스물여덟 살 여성이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기 위해 바닷가 식당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이 설정을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게 정말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번아웃으로 지쳐 무기력했던 시기, 반신반의하며 펼친 책이 결국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힐링소설이 말하는 것: 추억 밥상이란 무엇인가《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는 다카하시 유타 작가의 작품으로, 출판사 빈페이지에서 국내에 소개된 일본 힐링 소설입니다. 이 소설의 핵심 장치는 '추억 밥상'입니다. 여기서 추억 밥상이란, 세상을 떠난 사람이 생전에 즐겨 먹던 음식을 재현해 살아있는 이들이 함께 나눔으로써 고인과 잠시나마 교감할 수 있게 되는 판타지적 설정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음식이 이승..
한동안 아무 책도 손에 잡히지 않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밥을 먹어도 맛을 모르고, 잠을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그런 날들이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서점 코너에서 집어 든 책이 다카하시 유타의 《고양이 식당, 추억을 요리합니다》였습니다. 표지에 그려진 파란 바다와 작은 고양이를 보는 것만으로 왠지 모르게 거기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장을 펼치자마자 그 바닷가 마을로 끌려 들어가 버렸습니다.힐링소설이 건네는 상실 치유의 구조이 소설의 무대는 지바현 바닷가 마을에 자리 잡은 작은 식당입니다. 외벽이 파랗게 칠해진 목조 건물, 간판 대신 칠판에 흰 분필로 적힌 문구, 그리고 식당 앞을 지키는 갈색 얼룩무늬 고양이 꼬마.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느낀 건 이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치유..